80만명의 목숨이 사라진 르완다 대학살 27주년 연설에서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르완다인의 삶은 지정학적 게임의 장기 말에 불과했다.”
르완다 대통령의 한 맺힌 이 말처럼 식민 지배국들의 그릇된 욕심이 무고한 르완다 시민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습니다.
1. 르완다 대학살은 어떤 사건인가?
르완다 대학살 사건은 전형적인 식민 제국주의의 산물입니다. 1994년 르완다 대학살은 정권을 잡은 후투족이 1994년 4월에서 7월까지 투치족을 80만여명을 집단 학살한 사건인 르완다 대학살 사건은 80만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한 안타까운 르완다의 역사적 사건입니다.
1916년 벨기에는 후투족과 투치족이 살던 영토를 “임의로 합쳐 르완다”라는 국가를 만들었습니다. 벨기에는 식민 지배 시절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투치족을 우대하고 후투족을 홀대하는 종족 차별 정책을 펼쳤으며, 이로 인해 1964년 제국주의 국가로부터 독립을 이룬 이후에도 후투족과 투치족의 갈등과 물리적 충돌은 지속되었습니다.
급기야 1994년 4월 후투족 진영인 쥐베날 하비아리마나 대통령이 전용기 격추 사고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후투족은 이를 빌미로 하여 약 100일 동안 투치족을 눈에 보이는 대로 살해하기에 이릅니다. 이후 투치족이 수도 키갈리를 점령하는 데 성공하며 대학살은 끝을 맺었이지만, 그 사이 80만명에 이르는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만 것입니다.
2. 어떻게 르완다 대학살에 대해 프랑스가 묵인한 사실을 밝혀냈는가?
이번 르완다 정부의 공식 조사를 통해 르완다 정부는 프랑스가 사전에 사건이 일어날 것을 알고도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르완다 정부는 심지어 프랑스가 르완다 내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 학살 주도 세력을 돕기 까지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에 앞서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에 자신들은 학살 조짐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현지시간 19일 르완다 정부는 250명 이상의 증인들의 증언과 각종 문서, 영상 자료 등을 분석하여 완성한 628쪽 분량의 ‘예견된 대학살’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통해 “프랑스는 르완다 대학살 사건에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3. 보고서의 세부내용들을 살펴보자.
보고서에 따르면, 1993년 당시 르완다에서 활동하던 국제인권연맹(FIDH)은 르완다 주재 프랑스 외교관에게 “투치족 2000명이 후투족에 의해 집단학살 당했다”고 알렸다고 합니다. 대학살이 일어나기 1년 전인 시점에서 이 같은 조짐이 일어나고 있음을 미리 경고한 것입니다. 하지만 프랑스 외무가 내놓은 돌아온 답변은 “투치족의 르완다애국전선(RPF)이 후투족을 자극해 일어난 사건임을 알고 있으며, 프랑스는 그들 다툼에 개입할 순 없다”였다고 합니다.
또한 프랑스 정부는 국제인권연맹의 보고를 받은 후, 오히려 후투족이 장악한 르완다 정부에 더 많은 병력을 지원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보고서는 프랑스가 수백 명의 군인을 파병하고, 당시 물가로 150만달러 상당의 탄약·로켓 등의 군수물자를 후투족에게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르완다 내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프랑스 정부의 속셈에서 비롯되었으며, 당시 프랑스 대통령인 프랑수아 미테랑은 종족 갈등이 심해 정국이 불안정한 르완다를 아프리카 내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한 시작점으로 골랐던 것입니다. 미테랑 전 대통령은 “아프리카가 없었다면 21세기의 프랑스도 없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는 등 아프리카를 프랑스 발전을 위한 도구로 취급하고 식민주의를 옹호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또한 르완다 대학살 이후에도 프랑스는 학살 주범을 숨겨주기도 하는 등 프랑스 이익만을 위해 행동한 대통령입니다.
4. 마치 우리나라와 일본과 같은 르완다와 프랑스의 외교 관계
르완다 정부는 프랑스의 르완다 대학살 개입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이기 시작한 과정에서 갈등이 극에 달한 2006년에는 프랑스와 단교를 선언하기도 하였습니다. 2009년 프랑스가 뒤늦게 대학살과 자국의 연관성을 공식 인정한 후에서야 프랑스로 도망간 르완다 학살범들을 법정에 세울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자체적으로 대학살 진상규명 조사도 진행하였는데, 결국 지난달 26일에 발표된 프랑스 정부의 보고서는 “프랑스가 르완다 대학살에 중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대학살 조짐에 대해 눈이 멀어 있었다”고 밝히며 자신들이 대학살을 미리 인지하지는 못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프랑스군이 학살에 공모했다는 증거 역시 찾지 못했다고 자체적으로 결론지었습니다.
르완다 정부 역시 이번 조사에서 프랑스군이 르완다 대학살에 직접적으로 개입되었다는 증거를 찾아내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다만 르완다 정부는 “이번에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프랑스 정부가 르완다 대학살에 자국이 개입되었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와 증언을 계속해서 은폐하여 조사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르완다는 프랑스가 여전히 르완다 대학살에서의 자신들의 책임을 축소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강대국인 프랑스를 드러내 놓고 비판하기는 어려운 현실이 있습니다. 르완다 외무장관 출신 루이스 무시키와보가 프랑스어 사용 국가 연합 ‘프랑코포니’ 사무총장로 선출되는데 프랑스가 뒤에서 힘을 써주기도 하는 등 르완다에 미치는 프랑스의 영향력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빈센트 비루타 르완다 외무장관은 자국의 보고서가 발표 된 후에 “중요한 것은 양측이 공통된 이해지점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하며 “르완다는 프랑스와 새로운 관계를 맺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5. 글을 맺으며
역사적인 아픔을 겪은 한국으로서도 역사 속에 묻어져 있는 가슴 아픈 사건들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지만, 그 것들이 잘 남아있지 않아서 또 그 것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는 가해국들의 태도에 의해 좌절감이 들 때가 있어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바라기는 프랑스와의 관계가 르완다 대학살의 아픔에 대한 정말 진심어린 공감과 이해 그리고 알고도 묵인한 부분이 있다면 인정하고 앞으로의 협력에 대한 약속으로 양국 간의 관계가 평화롭게 유지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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