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백신 지적재산권 포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부정적 시각

미국이 코로나 19 종식을 위해 백신의 지적재산권(IP) 포기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아예 포기를 하려고 결정하지도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에 결정에 놀라움 감출 수 없었습니다. 트럼프였다면 당연히 언급조차 안됐을 것 같은데, 민주당과 바이든 집권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게 손해가 안될 수 있는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됩니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 모습

1.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의 발언

현지시간 5일 AP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의 지적재산권 포기 지지 의사를 발표했습니다. 또한 WTO(세계 무역기구)는 더 많은 국가에서 더 많은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무역규제 완화를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타이 대표의 발표에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지적재산권 포기를 지지하는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 오늘 중으로 말씀드리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이어진 미국 무역대표부(USTR) 타이 대표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강한 의사가 있지만 팬데믹을 끝내기 위해 코로나 19 백신에 대한 지적재산권 보호의 포기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타이 대표는 WTO 규정에 따라 백신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포기하는 데 필요한 전 세계적 합의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지적재산권을 포기하더라도 코로나 19 백신의 전 세계적 공급을 위한 즉각적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또한 타이 대표는 지적재산권 포기는 지구적 위기이자 코로나 19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따른 비상조치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는 가능한 한 빨리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 지적재산권 포기 결정에 대한 분석

로이터는 최근 전 세계가 코로나 19 백신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신 특허 등 지적재산권 보호를 유예해 생산을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커졌으며, 바이든 행정부가 이러한 민주당 의원들과 100여 개국의 압박에 응답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키스 록웰 WTO 대변인은 타이 대표의 성명에 대해 아프리카 출신 응고지 오콘조 이웨알라 사무총장이 개발도상국 및 선진국의 대사들과 비공개 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코로나 19 백신에 대한 폭넓은 접근이 필요하다고 동의한 이후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록웰 대변인은 지적재산권에 대한 WTO 패널들이 이달 말, 늦어도 6월 8~9일 정기의 전까지 이 제안의 논의를 시작하기 위한 회의를 열기로 잠정적으로 합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WHO 총회 역시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인도가 지난해 10월 코로나 19 백신의 지적재산권을 일시적으로 포기하자고 제안한 문제를 계속 논의해왔으며, 이 제안은 개발도상국과 서방의 진보적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3. 지적재산권 포기에 대한 부정적 시각

<말만 하는 것 아닌지에 대한 의심 섞인 시선>

일단 바이든 정부의 입장에 지나지 않을 확률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현재 미국이 백신 독점하고 풀지 않자 전 세계적으로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면피하려는 행동이며, 추후 협의에서 제약 업체인 화이자와 모더나가 거부하면 이걸 강제 이행할 방법이 있을지에 대한 여부가 불분명합니다. 

 

<다른 나라도 지적재산권 포기?>

동시에 이미 백신을 개발한 러시아나 중국이 지적재산권 포기를 같이 해줄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 부정적인 전망이 있는 상황에서 미국만 지적재산권을 포기하는 방안을 취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 있습니다. 또 추가적으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백신을 개발 중인 한국, 일본 등에서 추후 백신 개발 시 지적재산권 포기할 것인지에 대한 추가적인 이해관계 문제가 뒤따를 것입니다.

 

<특허만 가지고 똑같이 만들 수 있는가?>

또한 백신에 대한 특허 푼다고 문제가 당장 해결될 수는 없습니다. 특허는 백신 제조 방법의 일부일 뿐이며, 백신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특허 이외의 원료 물질 확보, 노하우와 영업비밀 등 여러 요소가 필요할 것입니다. 단순히 특허만 풀었다고 모든 국가에서 백신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결국 특허를 풀더라도 복제 백신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특허를 보유하여 제조한 제약사의 협조가 필수적인 것인데, 제약사들이 이러한 협조를 해줄 것인지는 미지수입니다.

 

<오히려 시간을 낭비할 가능성이 있다.>

​시간적 소요도 상당할 것입니다. 지적재산권 포기와 관련한 협상에도 시간이 필요하고, 백신 기술을 이전받는데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복제 백신을 만들 경우 이 복제 백신이 원래 백신과 동일한 효능과 안전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검증하는데도 역시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렇듯 더디게 복제 백신을 만들 바에야 모든 총력을 원래 백신을 신속하게 만드는 데 쏟아 최대한 많은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