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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ational and Domestic Issues/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

모금을 위한 빈곤 포르노에 대한 의견

by ruahryu 2020. 12. 30.

당신은 그들에 빈곤에 기부하는가, 희망에 기부하는가?

 

빈곤 포르노는 빈곤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상황을 마치 포르노처럼 자극적으로 묘사하여,

상업적 목적이나 자선행위, 특정사안에 대한 지지를 늘리기 위해 동원하는

소설, 영화, 사진, 그림 등 모든 형태의 미디어 활동을 의미한다.

빈곤 포르노는 미디어 대상의 고통을 가시적으로 증명하며 자극적으로 다루게 되는데,

이러한 부분이 설령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였더라도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로 여겨진다.

또한 평소와는 다른 훨씬 무기력한 모습을 촬영하여 개발도상국 사람들을 의존적인 존재인 것처럼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고착화시키고 반대로 선진국 사람들을 구원자라는 편견을 갖게 한다.

 

또한 어느 정도 발전한 후에도 아직 변하지 않은 모습을 촬영하여 몇 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그들의 모습은

돕고자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피로감을 느끼게도 한다.

이를 예방하고자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2014년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작성하여,

평소 하지 않는 일을 연출하지 않아야 할 것, 당사자의 촬영 동의를 구하고 촬영 시에도 거부 의사를 표현하면 촬영을

단할 것, 촬영을 위해 의도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노출하지 말 것,

가명 처리를 원칙으로 할 것 등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www.ngokcoc.or.kr/bbs/board.php?bo_table=paper01&wr_id=69

 

이와 같은 원칙을 지키지 않은 당연히 평소 하지 않는 일을 거짓으로 연출하고 당사자가 거부하는 촬영을 진행하고

위험한 상황에 노출시켜 만들어진 자료는 이와 같은 비판을 쉽게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 어려움을 겪는 그들의 실상을 알려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촉구하고자

도움을 구하는 미디어들을 단지 자극적이고 보기 싫다는 이유로 자제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의견을 받아들여 이미지나 영상을 더 사실보다 덜 끔찍하거나 변형하여 보도한다면

이 또한 사실 왜곡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개발도상국에 빈곤 지역의 실상을 볼 수 있는 곳들이

많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며, 이러한 사실에 입각하여 그들의 필요를 알리는 NGO의 행동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현장에 대한 이해는 없으면서 그저 바른말만 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빈곤 포르노라 불리는 미디어를 통해 소개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원금이다.

지원금이 없으면 그들이 당장의 생계 또는 건강 상태가 곤란해지는 것도 사실이고,

이를 위해 NGO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시도를 동원해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지금의 현실 중 가장 비극적인 사실은 빈곤 포르노성 영상을 틀지 않으면 모금액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모금담당자들도 개발도상국의 비극을 다루기보다는 그들의 희망을 다루며 그들의 상황을 상세히 알려주고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모금액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홍보하고자 하는 마음이 클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 누구도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일절 관심이 없으며,

심지어 그들에게 어떠한 희망이 있다고 하면 더 이상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치부해버려 기부를 중단한다.

그들에게도 희망이 있다. 하지만 기부자들에겐 비밀로해야한다. 

이러한 영상을 사용해야만 하는 지금의 상황을 그들의 잘못으로만 치부하기엔

한국 사회의 기부 인식을 먼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 그들의 희망에 기부를 하는 사람이 그들의 비극을 없애기 위해 기부하는 사람들보다 늘어가길 바란다.

독수리와 소녀라는 작품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케빈 카터가 수단의 소녀를 독수리로부터 구하는 일을 뒤로한 채

사진만 찍은 작가로 비난받아 수상 이후 2개월 만에 자살한 사건은 이미 유명하다.

아무도 그 소녀의 부모가 바로 옆의 식량 수령을 위해 아주 잠시 자리를 비운 것에는 관심이 없었고,

독수리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관심이 없었으며,

그 사진으로 인해 막대한 지원금이 모여 수단에 전달되었다는 사실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었다.

독수리와 소녀 by 케빈카터

그동안의 전 세계의 노력으로 개발도상국의 상황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희망찬 세계로만 이 세상을 묘사하기엔 당장 앞이 보이지 않아

깜깜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세상이 희망으로만 가득 찬 아름다운 곳이라고만 생각하고 살아갈 것인가?

어두운 곳의 현실을 담아내고 밝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자

노력하는 행동을 맹목적인 비난을 가하는 것에 나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그렇다. 그들도 같은 사람이였고, 지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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