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나의 마이크로 파이낸스 도전기(KOICA 해외봉사, 버섯 종자 보급, 새끼 돼지 분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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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unteer Activities/Sharing Volunteering Experience

나의 마이크로 파이낸스 도전기(KOICA 해외봉사, 버섯 종자 보급, 새끼 돼지 분양 등)

by ruahryu 2021. 1. 12.

나는 2011-2013년 라오스에서 코이카 봉사단 활동을 할 때 마이크로파이낸스에 도전했던 적이 있다. 너무 처참하게 실패해서 부끄러운 과거이긴한데, 그래도 책을 읽으며 마이크로 파이낸스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사례들과 대조되는 당시 나의 사업 모델을 생각해보며 반성을 해보고자 그 때의 이야기를 작성해본다.
2012년 초 파견 8개월이 되어가는 시기에 마이크로파이낸스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다.


당시 체재비와 한국 계좌로 들어오는 군 월급을 조금씩 모아 50만원가량 되는 자금을 마련하여 실전에 옮겨보았다. 선택한 아이템은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같은 지역 파견단원이 운영 하고 있는 버섯 농장과 함께 하는 것이었다. 버섯은 시장에서 나름 괜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고 버섯 원예 단원으로 파견된 단원과 현지직원이 버섯 재배 관련한 기술 전수를 통해 수혜자들이 추가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두 번째 아이템은 돼지 사육이었는데 파견 지역에 있는 가나안 농군학교가 돼지 사육을 통한 현지 역량 강화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싸게 어린 돼지를 구입하여 제공할 수 있었다. 수혜자는 내가 파견된 지역의 교회 목사님이었 다. 담당 목사님은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서 남은 음식물을 이용하여 돼지 사료를 감당할수 있었고 손 기술이 좋아 버섯 재배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다. 버섯 종자는 목사님 외에도 가까운 마을의 사람들에게 추가적으로 제공되었다.

 

새끼돼지 분양 사진

 

완벽하리라 생각했던 내 생각과는 달리 현실의 벽은 높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기본 적인 부분들이 안 되어 실패한 것이라 저 계획이 어떻게 완벽하다고 생각했을까 싶긴 하지만 아무튼 처참히 실패하였다. 일단 내가 유대감을 쌓아둔 목사님과는 어느 정도 소통이 되면서 수익성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였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불가능하여 확인이 어려웠다. 두 번째는 금융에 대한 교육이 너무 부족했던 것 같다. 버섯 종자를 받으면 종자를 통해 몇 키로의 수확량을 받고 얼마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정도는 했으나, 그 돈을 다시 종자에 재투자하는 것과 원금을 상환하는 것에 대한 부분은 알아서 할 것이라 생각하고 신경을 쓰지 못했다.


문서를 통해 확실히 짚고 기간을 설정했어야 했다는 생각을 뒤늦게 했으나 이미 늦은 상황이 었다. 이 사업이 결정적으로 잘 되지 못했던 이유는 사실 내가 다리를 다쳐서 태국, 한국으로 이송되어 3개월의 시간을 라오스에서 보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버섯 종자와 돼지를 나눠줄 때도 다리를 다친 채로 나눠주었는데, 금방 나을 거라 생각했던 다리가 낫지 않았고 태국·한 국으로 이송되어 3개월을 보낼거라 생각하지 못해 이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버섯 종자 보급 사진


겨우 치료를 마치고 귀국해 있었을 때는 이미 버섯 종자의 활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더 이상의 수익은 발생하지 않았고, 그 간의 수익은 이미 다른 곳에 사용하였다고 말하거나 얼마 나지 않았다고 얼버무리는 상황이 되었다. 버섯 종자를 받아간 다른 지역의 사람들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는데, 쥐가 파먹어서 재배를 할 수 없었다고 토로하거나 팔리지 않아 가족들과 아는 사람들끼리 먹어서 수익이 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였다. 내가 책에 등장한 악랄한 NGO 사람 이었다면 그러고도 라오스의 크리스천이냐고 네이밍&쉐이밍 전략을 쓰거나 망치를 들고 찾아가 사업 출자금을 갚으라고 협박했겠지만, 난 선한 KOICA 봉사단원으로서 그럴 순 없었다.


사업에 참여 했던 사람들도 갚겠다는 의사를 표하긴 했으나, 일종의 실전 수업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하였다. 봉사단원 생활의 말미에 어느 정도 자금이 모여 어떤 실전 사업을 해볼까 고민하던 중 목사님이 이번엔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버섯 종자 투자를 다시 요청하였다. 재투자를 심각하게 고민을 하였지만, 실패의 충격이 너무 커서 마을길 포장을 하는 사업으로 진행하였다.


잘되지 않아 잃은 게 큰 사업으로 끝이 났지만 그래도 내가 사업을 기획하고 협력하여 시도한 첫 실전이라는 점에서 나에겐 큰 의미를 가지는 사업이었다. 좀 더 경험이 있는 동료와 함께 진행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개발협력 현장에서 개발도상국 사람들와 호흡하며 진행한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다시 재도전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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